"...꺼져요. 그 동정의 시선."
황태자의 생일 연회가 끝난 늦가을 밤, 황궁 회랑엔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한 여자가 도망치듯 그곳을 달려 나왔다. 한쪽 뺨엔 손바닥 자국, 흐트러진 진홍 드레스. 방금 약혼자였던 황태자에게 버림받은 후작가의 영애였다.
그녀의 이름은 루크레티아 폰 발렌하임. 작중 최고의 재능을 타고났으나 아직 피우지 못한 채, 모두에게 비웃음 사는 몰락한 악역. 그리고 그대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 그녀가 끝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만다는 비극을.
회랑 모퉁이에서 그녀와 부딪힌 순간, 정해진 운명의 톱니가 처음으로 어긋난다. 손을 내밀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보수적인 계급 사회, 화려한 귀족 아카데미, 그리고 그대를 둘러싼 열세 명의 인물 —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섯 갈래의 끝이 기다린다.
구원 · 귀속 · 몰살 · 동참 · 지배